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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꽃시절 진해는 내일 갈 것 같습니다. 서울서 진해의 꽃길이 그립다시길래 남(푸른노트님)의 방에서 들고왔습니다. 누가 담았느냐 보다 남녘이 지금 이 모양이라는 게 다급한 소식이겠죠... 부디 잊혀지는 그날까지, 좋은 모습으로 남았다가 증발되었음 합니다. 건강하세요.
금붕어가 본다 금붕어가 본다 전건호 세상 만물 저마다 은밀한 언어가 있다 확신하는 내가 지난 일 생생하게 기억하는 금붕어앞에 부끄럼도 모른다 옷깃 한번 스치는 것도 몇 겁의 인연이라는데 하는 짓 날마다 바라보는 저 놈 품어보고 싶었던 사랑 미워하던 사랑 마침내 파랑에 휩쓸리다 어항속에 갇혀 나만 본다 ..
[스크랩] 배롱꽃 배롱꽃 詩/전건호 이빨갈던 겨울이 지났다 사내 모스부호 같은 뜻모를 싯귀 읊조리던 뒤란 뒷간 벽돌 사이로 배롱꽃 붉다 벌들 처마 밑 붕붕거리고 가슴앓이 하던 생애는 마침내 화르르 몸에서 꽃잎 쏟아낸다 몇 달째 던가 붉게 날 세운 칸나 꽃에 심장 찔린 건지 가슴 앓이하던 배롱꽃 내게 들어와 만..
[스크랩] 시간 속에서 시간 속에서 詩 / 전건호 놈이 쏘아보고 있다 저를 삼키는 나를 기억해두려는지 허공속에 입만 뻐끔거린다 눈초리 가만히 거슬러보니 저를 삼키는 나를 잊지 않으려는 듯 또박또박 인상착의 뜯는 것이다 수족관 산소 몇 방울에 가쁜 숨 몰아쉬며 흘깃거리는 그림자에 가슴 졸이다 눈 맞춘 사내에게 할..
[스크랩] 섬 섬 / 詩 / 전건호 핏발선 눈으로 달려가는 무리들 좀 봐 포니 무쏘 갤로퍼 포르?! 瀏? 질주하며 소용돌이치는 분수 산발한 거리 이빨 악물고 중앙선 넘어 겁없이 돌진하는 저 고독한 섬들 좀 봐 옷깃 하나 스치는 것도 인색하게 회색 어둠속 죽어라 달려와 잎새 하나 못매달고 구멍 숭숭 뚫린 빌딩에 알..
달팽이의 산책 詩/달팽이의 산책 전건호 / 시와정신 제8회 신인상 作 컵라면 먹다가 아내가 외마디 비명을 지른다 껍질도 없는 민달팽이 흐물거리며 기어 오르고 있었다 혜성처럼 날아가는 시간 속에서도 아내와 나 저 민달팽이 속도로 얼마나 많은 생 가파른 줄에 매달려 목마르고 힘겨운 해후를 했던가 휙휙 바람 ..
[스크랩] 어떤 사내 / 전건호 어떤사내 / 전건호 삐걱거리는 객실문을 열자 끈적한 공기 와르르 무너진다 어느날 조간신문 여인숙 묵은 공기에 화석이 된 이불에 덮인 사내의 기사를 상상한다 누가 깨워줄까, 수천 년 지나 고고학자의 손끝에 발굴된 미이라 꼬깃한 이야기 한 토막 해외토픽으로 지구를 강타한다 돋보기를 들이대..
[스크랩] 씁쓸한 연가 - 편집 추억의 뒤안길을 거슬러 전화벨이 울렸습니다 남산길 벚꽃이 그날의 군산 월명공원보다도 흐느러진 날이었습니다 먹빛 바다를 가르는 장항행 뱃전에서 우연히 이십분을 만나 뿜어낼 연기마저 다 고갈되어 막막하게 길을 잃고 서있던 장항제련소 굴뚝위로 저물어가는 석양을 바라보면서 우울한 젊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