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붕어가 본다
전건호
세상 만물 저마다
은밀한 언어가 있다 확신하는 내가
지난 일 생생하게 기억하는
금붕어앞에 부끄럼도 모른다
옷깃 한번 스치는 것도 몇 겁의 인연이라는데
하는 짓 날마다 바라보는 저 놈
품어보고 싶었던 사랑
미워하던 사랑
마침내 파랑에 휩쓸리다
어항속에 갇혀 나만 본다
기억상실증에 내외도 할 줄 모른 채
까마득히 잊고
철없이 날마다 어항앞에 헝클어진다
직립보행을 잃은 대신
차라리 지난 생 기억 초롱한지
내 알몸앞에서
부끄러워 돌아서는 놈
기막혀 빤히 쳐다보는 놈
나 언제나 얽혀버린 질긴 매듭 풀런지
어항에 갇혀 말문닫은 저 금붕어
뽀얀 벽지 누렇게 뜨고
장판 각질 들뜬 방안에서
나비의 순간을 잊은 애벌레처럼
아스레 추락하는 꿈만 분분히 꾼다
어항속 저 연민섞인 눈초리
찢어져 파르르 떠는 벽지들
* 계간 2006시선 겨울호 발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