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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건호시

[스크랩] 어떤 사내 / 전건호

 

어떤사내 / 전건호

 

삐걱거리는 객실문을 열자

 

끈적한 공기 와르르 무너진다

 

어느날 조간신문

 

여인숙 묵은 공기에 화석이 된

 

이불에 덮인 사내의 기사를 상상한다

 

누가 깨워줄까, 수천 년 지나

 

고고학자의 손끝에 발굴된 미이라

 

꼬깃한 이야기 한 토막 

 

해외토픽으로 지구를 강타한다

 

돋보기를 들이대고

 

생존주기 헤아리며 고개 갸웃거린다

 

주머니에 지전 몇 장

 

깨알 같은 메모지

 

금세기 역사를 반추하고

 

인류사박물관에 진열된 사내의 앙상한 갈비뼈

 

경이롭게 플레쉬 터트린다

 

금생은 무겁고 혼곤했으나 죽어 사내는 부활한다

 

무너진 건축현장 뒤덮고 누운 여인숙

 

수억 년 동안 잠에 빠질 듯

 

졸음 너울너울 밀려온다

 

천정에서 궁시렁대는 형광등

 

조울증처럼 깜박거리고

 

수직의 벽에 매달려

 

거친 생애를 미장하던 사내

 

허방에 낮게 내려 앉는 어둠 속으로 무너져 내린다

 

 

 

 

 

 

출처 : 무불선원
글쓴이 : 연꽃 원글보기
메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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