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뒤안길을 거슬러 전화벨이 울렸습니다
남산길 벚꽃이 그날의 군산 월명공원보다도 흐느러진 날이었습니다 먹빛 바다를 가르는
장항행 뱃전에서 우연히 이십분을 만나 뿜어낼 연기마저 다 고갈되어 막막하게 길을 잃고 서있던 장항제련소 굴뚝위로 저물어가는 석양을 바라보면서 우울한 젊은날의 언어를 주고
받았던 여인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창밖에는 황사 무성하고 벚꽃은 튀밥 마냥 펑펑 남산길에서 개화를 하고 있었습니다
조선시대 여형사처럼 나를 십년만에 찾아내 만나자고 했습니다.
열달동안 전화를 기다린끝에 찾지않는 나를 수소문해보니 이녘은 이미 서울로 떠나간
후였다고 했습니다
가슴으로 십년을 추억하다가 마침내 저를 찾았다고했습니다.
흐느러진 벚꽃길을 나란히 걸으며 두런두런 지나간 세월을 이야기하다보니 마침내 헤어질
시간이 다가오고 플렛폼앞에서 내가 결혼했는지 어렵게 물었습니다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는 제 가슴속으로 시린 바람이 지나갔습니다
명자꽃 흐느러진 개찰구쪽을 한동안 말없이 바라보던 그녀가 말했습니다
선생님 저도 다음달 결혼해요
이젠 홀가분하게 결혼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녀의 결혼을 축하해주러 가겠다고 했지만 인연은 여기까지만으로 하자며 고개를 저었습니
다 그녀가 내미는 이별의 손위로 멀리 석양을 안고 달려오는 기차의 경적이 파르르 떨고
있던 어스름녘 그렇게 나의 사람 하나가 떠나갔습니다
출처 : 자유인님의 플래닛입니다.
글쓴이 : 자유인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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