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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의 왕국 미루나무에 걸린 구름 날렵하게 우듬지 타고 들어가요 산맥이 달리고 강물 굽이쳐요 미지의 땅 사방은 시퍼런 바다 해모수처럼 왕국 건설해요 푸른 초원에 양떼를 풀고 통나무집 짓고 길도 뚫어야 겠어요 방파제 만들어 조각배 몇 척 띄우고 자맥질 하는 물고기도 낚아야 하고요 가고 싶은 곳 있으면 ..
야옹야옹 고양이가 운다 뒷덜미 타고 정수리 뛰어들어 피 묻은 입술 훔친다 쥐구멍 노려보며 형형하게 안광 쏟아내다 내 안 우글거리는 생쥐를 노린다 핵분열 하는 비겁에 쥐구멍 찾는 설치류들 자꾸만 뒷걸음 친다 순식간 늑골까지 내려와 검은 허파를 물어뜯고 내장 깊숙이 웅크린 생쥐를 물어뜯는다 내 혈..
[스크랩] 눈이 나리네 / 전건호 열린시학 겨울호 시간 너머에서/전건호 내가 던진 돌 하나 즈믄 시간 허공을 날다 어느 별에 떨어져 물주름에 둥글어지다 건져올려졌으면 합니다 그 여자 청남색 물감으로 푸른 지구별 만들고 나 닮은 사내 하나 그려 머리맡에 두고 잠들었으면 어떠할런지요 물주름에 수십생 닳아지는 사이 나 그녀..
검침원 대문 좀 열어주세요 당신을 검침하러왔거든요 얼마나 피 뜨거운지 에돌아 온 길의 경사 어떠한지 엉성한 거푸집에서 삼킨 음식과 한숨도 점검합니다 환희 가득한 시절 은밀한 속삭임 천당과 지옥 넘나들던 순간 계량기엔 다 기록되어 있어요 생의 고비마다 쿵쿵 뛰던 심장박동 무모하게 역주행한 흔..
판도라상자 급브레이크에 휴대폰을 놓쳤다 네모상자 가득 갇혀있던 고딕체 흘림체 필기체 가시 돋은 독설 발효되지 않은 넋두리들 우르르 쏟아져 바닥을 구른다 비밀스레 보관하던 사진들 유리창에 얼비쳐 화끈거린다 꽁꽁 숨겨두었던 은밀한 문자 얼버무렸던 말들 좁은 상자 갇혀 부대끼며 억눌렸던 스트레스 ..
모래무지 1. 된장과 깻묵을 넣으세요 다음엔 길을 만들어 유인 하세요 식욕을 자극하는 냄새 후각 자극하겠죠 무덤 될 게 뻔하고 환히 보이는 속임수 정작 물고기만 덫을 보지 못해요 걸려들면 끝장이거든요 2. 짬 모르고 어항 속 떡밥 넘보다 잘못 걸려들어 파들대는 놈들처럼 당신 벗어날 수 없어요 어항에 갇..
성한 게 하나 없어요 금간 것 투성이네요 땅도 금이 가고 벽도 금이 가고 당신에게 향하는 마음도 자꾸만 금이 가요 온통 금 간 건물 틈 두부처럼 쪼개진 하늘 금줄에 갇힌 길들이 금을 벗어나지 못해 사방에서 엉켜 요동을 쳐요 아슬아슬 기둥이 엇갈려 세모 네모 예각을 이룬 기우뚱한 빌딩 사이 잘..
수선공 고장 난 티비를 뜯어 회로판 미세먼지를 털고 봉합한다 지직 거리던 화면 깨끗하다 먼지 좀 털어냈다고 고철덩어리가 살아 숨 쉰다 사각의 브라운관 여주인공 찬바람 일으키며 노려본다 냉랭하게 도리질 하고 아무리 달래도 회로 꼬였는지 말이 안통한다 둘 사이 연결된 통로 마가 끼었는지 자꾸만 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