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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건호시

판도라상자

급브레이크에 휴대폰을 놓쳤다

네모상자 가득 갇혀있던

고딕체 흘림체 필기체 가시 돋은 독설

발효되지 않은 넋두리들

우르르 쏟아져 바닥을 구른다

비밀스레 보관하던 사진들

유리창에 얼비쳐 화끈거린다

꽁꽁 숨겨두었던 은밀한 문자

얼버무렸던 말들

좁은 상자 갇혀 부대끼며

억눌렸던 스트레스 풀어 버리려는 듯

유리창 들이받아 덜컹거린다

감미롭던 밀어 순식간 싹을 틔워

무량무량 차안 뒤덮고

눈치없이 집적대며 종알거린다

비웃고 조롱하고 눈 치뜨다가

애원하듯 가랑이 매달린다

손 내밀어주자 요동치는 버스에서 까불거리며

제 세상 만난 듯 깝죽거린다

궁시렁 궁시렁 가시덩쿨처럼 영역을 넓히는

문자들을 잡느라 허둥대는 나를

호기심 가득 승객들 내려본다

물색없이 날뛰는 지난 오지랖에

버스 소란스럽다

 

2008 다층 가을호 

 

2008 다층 가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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