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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건호시

구름의 왕국

미루나무에 걸린 구름

날렵하게 우듬지 타고 들어가요

산맥이 달리고 강물 굽이쳐요

미지의 땅 사방은 시퍼런 바다

해모수처럼 왕국 건설해요

푸른 초원에 양떼를 풀고

통나무집 짓고 길도 뚫어야 겠어요

방파제 만들어 조각배 몇 척 띄우고

자맥질 하는 물고기도 낚아야 하고요

가고 싶은 곳 있으면 통째로 왕국을 옮겨버리죠

편서풍에 지구 반대편까지 흘러가고

북서풍에 태평양까지 흘러가는

에드벌룬 같이 둥둥 떠다니는 왕국

호기심 가득 꿈꾸는 지상에서

나의 백성을 이주시켜 마음껏 깔깔거릴 거예요

왕국은 날로 번창하고

마음먹은 대로 영토를 늘였다 줄이며

은유의 바다 떠다닐 거예요

순결한 영혼들 사는 지상에 안개를 뿌려

물고기떼처럼 헤엄치게 하다

싫증나면 해거름 숯불처럼 이글이글

지상의 사람들 달뜨게 만들거예요

망원경으로 지상을 내려보다가

무더운 팔월 소나기 뿌려주고

당신의 크리스마스엔 함박눈 내려주는

환상의 에버랜드 만들거예요

지루한 팔월 미루나무에 걸린 구름나라

지상의 열기를 식혀주다가

안개로 내려앉아 곤하게 잠든 새벽

송두리째 맛이 가게 만드는 은유의 나라

나의 백성이 되지 않을래요

 

2008 시로여는 세상 가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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