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장 난 티비를 뜯어
회로판 미세먼지를 털고 봉합한다
지직 거리던 화면 깨끗하다
먼지 좀 털어냈다고
고철덩어리가 살아 숨 쉰다
사각의 브라운관
여주인공 찬바람 일으키며 노려본다
냉랭하게 도리질 하고
아무리 달래도
회로 꼬였는지 말이 안통한다
둘 사이 연결된 통로 마가 끼었는지 자꾸만 어긋난다
어디가 꼬인 걸까
무엇에 상처입어 눈물 흘리는 걸까
배배 꼬인 실타래
저 둘의 가슴속
뜨거운 눈빛으로 집도해보고 싶다
혈관 투시해 막힌 회로 풀고
눈물 얼룩진 신경선 말끔히 닦아낸다면
둘 사이 끊긴 회로 고압전기 통하지 않을까
등 돌렸던 사람들 애틋해지고
입술 달싹이며 서로 이름 불러주다가
불현듯 달려가게 할 수 없을까
분분하게 어지러운 전파 다 차단시키면
검은 밤 보름달 둥실 떠오를 일 아닌가
2008 리토피아 가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