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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물수제비 멀리 날지도 못하고 곧 가라앉을 일입니다 눈을 떼지못하는 사람들 안타까운 탄성 조금 더, 조금 더 가슴졸입니다 발목 잘름거리며 건너지못할 바다 너머 목숨다해 나는 사이 젖은 솜처럼 구름은 내려서고 바람 마저 잠시 침묵입니다 서너번 수면에 발목을 적셨을까요 숨은 벌써 가빠오고 날아가는 이..
[스크랩] 작살난 사랑 부시시 눈 비비며 새벽부터 청국장 끓인다 곰삭은 매주콩 찌그러진 냄비에 붓고 청양고추 부수고 매운 대파 칼질하고 마늘 떡이 되게 찧어 넣고 얼큰하게 고춧가루 풀고 시큼한 김치 곁들인다 온전한 것 다 껍질 벗기고 뿌리 자르고 토막낸다 뒤죽박죽 고릿한 냄새로 허기진 빈 속 채우고 찬바람 부는..
[스크랩] 아버지 연필을 깎네요 깎을수록 날카로와지는 연필 조금은 무디어도 좋을듯한데 손가락 베어가며 깎고 또 깎다 이젠 아애 연필깎이에 빙빙 돌려 날을 세우는 중입니다 장날 탁배기 한 사발에 시름 달래고 청솔가지 꺾다 산림계 쫒기던 농투서니 한(恨) 때문일까 나만 보면 오감의 날 세우던 아버지 그..
[스크랩] 청설모 경계가 아슬하다 땅에서 머물지 못하고 가지끝으로 내달려야 할 만큼 절박하던가 발자국 하나 마다 오금 저리게 날렵하다 현기증 나는 가지끝에서 저렇게 자유로울 수 있다니 허공에 신작로가 열린 듯 거침없이 건너뛰면서 실족이 없다니 허공에서 허공으로 이 별에서 저 별로 날아가는 거침없는 삶..
[스크랩] 길이 멀다 문을 열자 와르르 묵은 공기 무너진다 해송 아래 아우성거리는 파도 밥물 넘치듯 끓어오르고 수직의 파도 위를 원반으로 날아다니는 통통배 부매랑되어 가슴에 못을 친다 방파제 들이받는 파도 등대 휘청거린다 바지가랭이 매달리다 지쳤는지 해안선에 입술 훔치며 모래톱 칼로 자르는 실개천 가마..
[스크랩] 진흙피리 불다 / 전건호 진흙피리 불다 / 전건호 내가 뿌린 꽃씨들 메마른 화원 한꺼번에 꽃 피운다면 서해 바다 만선의 배 꽃 가득싣고 그믐밤 떠오를 것입니다 나팔꽃 줄기 나를 휘감고 닭벼슬 세운 맨드라미 아리게 쪼아대던 밤 바람불 때 마다 흩어지는 매화꽃 아래 마흔다섯 마리 화사 눈 쾡하게 뜨고 천천히 휘몰이로 연..
[스크랩] 꽃점을 치다 / 전건호 꽃점을 치다 / 전건호 당신은 전생에 상제궁의 선관이었어 어느 봄날이던가 춘흥을 못이긴 그대 후원에 스며들어 질펀하게 술 훔쳐먹고 객기부리며 화원에 꽃 마구 꺾어 그 죄값으로 인간세로 쫒겨왔어 선녀들 사는 후궁 넘본 죄로 부실한 정력을 받았다는 거라 그래도 제 버릇 못버리고 예쁜 ..
꽃점을 치다 꽃점을 치다 전건호 당신은 전생에 상제궁의 선관이었어 어느 봄날이던가 춘흥을 못이긴 그대 후원에 스며들어 질펀하게 술 훔쳐먹고 객기부리며 화원에 꽃 마구 꺾어 그 죄값으로 인간세로 쫒겨왔어 선녀들 사는 후궁 넘본 죄로 부실한 정력을 받았다는 거라 그래도 제 버릇 못버리고 예쁜 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