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시 눈 비비며
새벽부터 청국장 끓인다
곰삭은 매주콩
찌그러진 냄비에 붓고
청양고추 부수고
매운 대파 칼질하고
마늘 떡이 되게 찧어 넣고
얼큰하게 고춧가루 풀고
시큼한 김치 곁들인다
온전한 것 다 껍질 벗기고
뿌리 자르고 토막낸다
뒤죽박죽 고릿한 냄새로
허기진 빈 속 채우고
찬바람 부는 새벽부터
기우뚱 계단 오르내리며
온종일 바글바글 뒤엉킨다
부도난 어음에 속이 타
줄담배 연신 작살내다가
마침내 풀죽어버린 배추가 된다
성한 것 하나 없이
토막 난 것들만 온종일 감아올리며
실핏줄 울리게
나발 한 번 불어보지도 못하고
시들어버리는 나팔꽃처럼
만원버스에 파김치 되다
작살이 난다
2007 시에 봄호
출처 : 시 카페 '밥짓는 마을'
글쓴이 : 전건호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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