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전체보기 (651) 썸네일형 리스트형 새벽 귀가 왁자하던 회식이 끝나고 인적 드문 골목에 나서면 그 많던 사람들 다 어디로 갔나 상처 난 은행나무 옆엔 부패해가는 쓰레기봉투 가시돋힌 슬픔만 거리에 널려있네 어디를 밟아야 저 슬픔의 압정들을 피할 수 있나 안주가 되던 술자리 슬픔이 가을대추처럼 다닥다닥 걸려있던 방안 벽지 속 시들어가.. 네모나라/전 건호 네모 난 방에서 잠을 깨 네모 난 식탁에서 밥 먹고 네모 난 엘리베이터에 몸을 싣는다 네모 난 보도블럭 밟고 네모 난 계단 올라 네모 난 전철 타고 조각난 마음으로 출근하다보면 네모 난 건물 사이 쪼개진 하늘 네모 난 광고판 지나 네모 난 사무실 도착해 네모 난 유리창 열고 네모 난 책상에 앉아 네.. 물고기 나라 낮게 가라앉는 먹구름 칠월 장맛비 내린다 쑥절편 마냥 물렁해진 아스팔트 훈김 모락모락 쓰름매미 울다 목이 쉰다 빨랫줄에 펄렁거리는 무명천 후줄근하게 젖어가고 풀썩풀썩 먼지 날리는 길 아이들 새우떼처럼 왁자하게 엉켜 질퍽거린다 핏발선 눈 깜빡거리며 뒤엉킨 차들 측은하게 내려보다 광고.. 때늦은 후회 때늦은 후회 지금도 가슴 시린 것은 내일이면 또 만날 것으로 알고 손 한번 못 흔들고 헤어진 사람 다시 찾을 줄 알고 낙서 한 줄 못남기고 떠나온 담벼락이다 붉어진 얼굴로 나마 고백이라도 해보았으면 붙잡을 수 있었을지 모를 사람 세월 지나 낯선 거리 사내 아이 손잡고 지나치는 뒷모습도 황망하.. [스크랩] 미안하다 늦은 밤 비틀거리다 후미진 골목 꼭 껴안은 남녀를 본다 단단히 붙어있는 청동조각상 같다 한참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껴안을 사람 하나 없는 텅 빈 공원 흙먼지 일어서고 느티나무 가늘게 흔들린다 비틀거리는 몸을 기댄다 청동기적 이별의 순간 가늘게 들먹이던 어깨같이 흔들린다 얼마나 애를 태운.. [스크랩] 홍매 가지끝에 핏기가 보이기 시작했다 봄바람에 몸을 꼬며 수줍어 떠는 게 과년한 처자라면 스스럼없을 달거리가 무언지 모르는 모양이었다 아직 뭘 모르는 탓이리라 실바람에 몸 비켜 살짝 속삭여 주었다 초경이란다 순간 녀석의 화들짝 놀라 홍조 피어나는 얼굴이라니 동틀녘 하늘가 붉은 대궁마다 타.. [스크랩] 블랙데이 텅 빈 자췻방에 들어오니 사육하는 머리칼이 누에처럼 엎드려있다 풀썩 누운 내 등을 갉아먹는 소리 사각사각 비가 내린다 창살에 달라붙은 빗방울 창문 틈 기웃거리는데 일말의 자비심도 없이 코를 곤다 쓸쓸한 통통배 시동을 거는 등대도 없고 별 마저 없는 밤 예리하게 뱃전을 난도질하는 파도에 .. [스크랩] 물수제비 멀리 날지도 못하고 곧 가라앉을 일입니다 눈을 떼지못하는 사람들 안타까운 탄성 조금 더, 조금 더 가슴졸입니다 발목 잘름거리며 건너지못할 바다 너머 목숨다해 나는 사이 젖은 솜처럼 구름은 내려서고 바람 마저 잠시 침묵입니다 서너번 수면에 발목을 적셨을까요 숨은 벌써 가빠오고 날아가는 이.. 이전 1 ··· 76 77 78 79 80 81 8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