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밤 비틀거리다
후미진 골목 꼭 껴안은 남녀를 본다
단단히 붙어있는 청동조각상 같다
한참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껴안을 사람 하나 없는
텅 빈 공원 흙먼지 일어서고
느티나무 가늘게 흔들린다
비틀거리는 몸을 기댄다
청동기적 이별의 순간
가늘게 들먹이던 어깨같이 흔들린다
얼마나 애를 태운거니
언제부터 여기서 기다린거니
어느 허공 날아다니다
이 후미진 곳에 뿌리내리고
나 오기만 기다리고 서 있던거니
관절 마디마디 뭉툭해지고
굳은 살 배겨버렸구나
보이지도 않는 나를 향해 촉수 늘이다
휘어지고 상해 가지 부러졌구나
오지않는 나를 기다리던
우듬지 까맣게 태우다 구멍 뚫렸구나
목마른 기다림도 모른 채
하세월 허공의 뭇별만 쳐다보며
먼지 자욱한 사막에서
절렁절렁 방울만 울리다가
이제야 네게 기대어 눕는다
정말 미안하다
2006 시와 상상 봄호
출처 : 시 카페 '밥짓는 마을'
글쓴이 : 전건호 원글보기
메모 :
'전건호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물고기 나라 (0) | 2007.09.05 |
---|---|
때늦은 후회 (0) | 2007.09.05 |
[스크랩] 홍매 (0) | 2007.03.29 |
[스크랩] 블랙데이 (0) | 2007.03.29 |
[스크랩] 물수제비 (0) | 2007.03.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