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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건호시

몽유에 들다

 

잠들지 않으려는 몸

간신히 다독거리고

네가 잠든 방으로 향한다

너 닮은 인형 품에 안겨주고

조용히 창문을 나서는데

검은 나뭇잎 수런수런

별들 발 아래 툭툭 채여 조마조마 하다

아무리 걸어도 아득한 네 창

닿기도 전 또 뿌연 새벽

어젠 달맞이꽃 대궁만 흔들다 돌아서고

그젠 은사시에 기대어

곤히 잠든 널 지켜만 보다 돌아섰다

어두운 골목 빠져 나온 지 얼마일까

오늘은 기어이 네 꿈에 이르리라 발길 재촉하는데

벌써 새벽닭 운다

천리 밖 재워 둔 몸 아이처럼 깨어나려 움찔거린다

또 돌아갈 시간이구나

꿈의 문을 열고 들어가

널 데리고 명왕성까지 날아가고 싶었는데

너무 먼 곳에 잠든 그대

오늘도 겨우 바라만 보다

마법이 풀리는 새벽이구나

창문앞에서 황급히 발길 돌리며

가쁜 숨 몰아쉰다

잘 자라 그대

내일 밤 다시 올 것이다

 

2008 시와 세계 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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