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고 이별하는 꿈
깨어있다 착각하고
지지고 볶는 이 순간
절반씩 다른 생 나누어 살아가는 셈 아니던가
간 밤 꿈 속
낯선 땅으로 부나비같이 흘러갔어
동구밖 느티 아래
웬 쪼그맣고 까무잡잡 못생긴 여자
나를 보더니 반색하며 반기더군
왜 이제 왔느냐고
입술 쪽쪽 빨아대며 끌어안더니
어서 가자고 잡아끄는 거야
쓰러져 가는 사립을 밀자
사랑채엔 병든 아비
인기척에 방문을 열고
딸년에게 꽁시랑 대다
사래 들린 기침을 하고
그 기침에 천막 같은 하늘 풀썩 내려앉더니
함박눈 펑펑 내리는 거였어
그 여자 군불을 때 밥을 짓고
나는 마당을 쓸며 문풍지를 때우는데
눈은 자꾸만 사뭇 내리는 거야
무덤 같은 사랑채에서
아이를 낳고 늙어가던 어느 날
가을 수세미 같은 여자 하나
가슴 저미는 연속극 보면서 눈물을 짜고
그 옆엔 드렁드렁 코고는 사내
저기가 어디더라
어디서 봤더라
누구더라
2008 문학마당 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