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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건호시

시간의 동쪽

허공을 휘젓는 방울새

어둠을 향해 투망을 던진다

저 날개 짓 어디로 몰려가 폭풍우를 쏟을까

엎드려 잠들다보면

땅속 깊숙이 두런거리는 소리

진원지를 따라 파들어 간다

수직갱도 깊어가던 밤

굴착기 굉음 너머 텅텅 땅이 울리고

캄캄한 벽이 열린다

마침내 지구 저편 라플라타강

졸음은 넘실넘실 밀려오고

강둑에 혼곤하게 누워 잠든다

눈 내리는 한강을 꿈꾼다

누가 상상할 것인가

지구 반대편 서울을 떠난

한 사내 깊은 꿈을 꿀 때 마다

남산에 바람이 불고

첫 눈이 내린다는 기막힌 이야기

한강에 적설의 높이 더해가고

칼바람 강을 건널 때

라플라타강변엔 나비 날아오르고

얼어붙은 한강을 추억하며

잠 못이루는 사내 있다는 걸

누가 믿을 수 있을까


2007. 문학 我 겨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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