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건호시 (109) 썸네일형 리스트형 블랙데이 2 봄밤이었다 백열등 아래 누운 빈 방 오한이 나고 떨리는데도 진땀 끈적하게 흘러내렸다 아래층 둘둘치킨에서 통닭 튀기는 냄새 창틈으로 스며들어와 나를 후라이 하기 시작했다 천정이 빙빙 돌고 신열이 오르내렸다 벽에 걸린 사각의 거울 속에선 내가 노릿하게 익어가고 있었다 아이들이 치킨 냄새.. 페트병 청량리역으로 들어서며 실내등이 꺼져버렸다 에어컨 꺼져버린 전철 끈끈한 땀방울 가슴을 타고 흐른다 조금 남은 생수병을 입에 물고 마지막 한 방울을 들이켰다 여전히 입이 마르다 후줄근하게 팔 다리 풀렸다 순간, 덜컹거리는 전동차 휘청 몸의 중심을 놓치며 히스테릭하게 주무르던 페트병이 바.. [스크랩] 전건호 / 희미한 발자국 신설동 우체국 지나다보면 물컹한 기억 신발에 붙은 진흙처럼 끈끈하다 혜화 돈암 창동까지 날마다 배달되던 발자국에 무수한 발자국 또 덮여도 지나온 흔적마다 쇠비름 노란꽃 피어난다 그녀 내리던 창동역 1번 출구 등나무 아래서서 오가는 발자국 쳐다보면 하루살이 군무같다 무수히 엉키면서도 .. 희미한 발자국 신설동우체국 지나다보면 물컹한 기억 신발에 붙은 진흙처럼 끈끈하다 혜화 돈암 수유 창동까지 날마다 배달되던 발자국에 무수한 발자국 또 덮여도 지나온 흔적 마다 쇠비름 노란꽃 피어난다 그녀 내리던 창동역 1번 출구 등나무 아래 서서 오가는 발자국 쳐다보면 하루살이 군무 같다 무수히 엉키.. 누가 두드리고 있다 비바람 덜컹대던 날이었다 빗속을 달리던 전철이 지하로 들어서자 창문이 다급하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어둠 저쪽에서 누군가 애타게 문을 두드리고 있었다 흔들리는 문을 쳐다보았다 열어달라 애원하듯 두드리는 소리 텅 빈 객실안에 요동치자 기차 멈추어서고 흔들림 이내 잠잠해졌다 안도의 한숨.. 경계에 서다 지하상가를 두리번대다 이만원 짜리 바지를 사입고 서울시민이 되었다 구두 삼 만원, 와이셔츠 이 만원 아내가 사준 속옷 가격은 모른다 십만원 안되는 돈으로 서울시민에 합류하니 서울도 별게 아닌 듯 우쭐하다 출출한 허기 채우려 돈나물에 보리밥을 비벼먹고 도발적인 글을 쓰는 여자 만나러 스타.. 눈동자 수족관을 어슬렁거리다 놈의 눈과 마주치는 순간 텅 빈 눈동자 속으로 발을 헛디뎠어 깊은 망막 속으로 빠져들며 가라앉았다 떠오르기를 반복하며 허우적대는 눈앞 멀리 횟집 수족관을 서성거리는 사내 어디서 보았더라 빙빙 소용돌이치는 머릿속 가파른 해협을 거슬러 해마를 타고 달려가던 물고기.. 네모 난 세상 문 나서면 반상에 던져지는 장기알 같다 남들 눈 돌린 곳 이미 밟고 지나간 곳 누군가 죽어 떠난 자리 방패 하나 없는 졸(卒)이 되어 누굴 잡을지 누구에게 잡힐지 위치와 임무도 모르고 바람부는 대로 밀려다닌다 포위된 줄도 모르고 시작과 끝도 모른 채 변방에 엎드려 있다 머리맡에 터진 포(包) 한방.. 이전 1 ··· 7 8 9 10 11 12 13 14 다음 목록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