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나서면 반상에 던져지는 장기알 같다
남들 눈 돌린 곳
이미 밟고 지나간 곳
누군가 죽어 떠난 자리
방패 하나 없는 졸(卒)이 되어
누굴 잡을지
누구에게 잡힐지
위치와 임무도 모르고
바람부는 대로 밀려다닌다
포위된 줄도 모르고
시작과 끝도 모른 채
변방에 엎드려 있다
머리맡에 터진 포(包) 한방에 게임 끝나면
패잔병이 되어 벌집 같은 통에 던져진다
열린 길 뻔히 보여도
맘대로 갈 수도 없다
로봇처럼 조종당하면서
잘못 던져진 졸 하나
덥석 삼키고 희희낙락하다
난데없이 달려온 차에 깔린다
전장의 졸(卒)과 같이
반상 벗어나지 못하고
장기판 같은 도시 헤맨다
장기의 수 아무리 넓어보았자
바다보다 무량할까
위도와 경도 촘촘히 얽힌 지구별에
거미같이 매달려
그리운 별만 쳐다보며
막막한 사각의 반상 뱅글거린다
2007 애지 겨울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