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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건호시

별리

 

술독에 빠져버리고 싶어도 심약한 나는 그러지도 못해 맘껏 취해보지 못하고 선술집 문을 나선다 파도는 콘크리트 제방에 머리를 들이받으며 주정을 하고 등대도 없는 망망대해로 떠나는 나룻배처럼 젊은 연인들이 속살거리던 해변에서 창원행 버스를 기다린다

내일이면 서울로 떠나는데 설렘 보다는 떠나야 한다는 아쉬움에 몸살이 나는지 앙금은

뭍으로 안간힘을 하며 기어오르고 술 한잔이 고픈지 모래톱은 바짝 마른 입술을 훔친다

바다를 들이킨다 취기가 얼큰하게 오르기 시작하는데 버스가 휘청거리며 다가온다

밤바다가 거칠게 토해내는 숨결에 밀려 해풍하나 떠밀려 버스를 탄다

낯선 도시의 창문을 흔들며 이 바다를 얼마나 추억하고 가슴앓이 할지 모른다

어둠속 차창에 얼비치는 사내가 낯설기만 하다  그대가 이 바다에서 3년동안 가슴앓이

했던 사람이더란 말이지

 

두고 떠날 바다가 멀리서 철썩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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