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전건호시

먼지 속에서 발굴한 직유법 외 1 / 전건호

 

먼지 속에서 발굴한 직유법

 

전건호

 

 

 

오래된 문장위로 밀려드는 의문이

달팽이관 속을 가득 채웠다

 

나의 서른은 은유로 암전된

검은 구름에 갇혀있던 별처럼 위태로왔다

 

사랑과 애증을 일란성으로 나를 오역하는 바람앞에서

직유법과 직설법을 구별할 수 없었다

 

얼굴 없는 바람을 심전도하는 별빛

당신을 향해 떠돌던 의문부호들이

백만분의 일 지도에서 한 몸이 되었지만

점 하나가 부풀면 다시

우리의 거리는 천리란 걸 몰랐다

 

수첩에서 빛바랜 약속들이

침묵의 내면을 가르는 항로에서

눈길 머물게 하는 별로 떠오르는 건 아닐까

 

내 혈관을 도는 적혈구는 미립자 같은 별이 되어

당신을 향해 공전할 구실만 찾는다

오백나한에게 수혈 받은 마음은

하루에도 수백 번 주인이 변했고

그리움의 방향은 언제나 그 창으로 향했다

 

꽃들의 미묘한 표정이 만든 바람에 떠밀리다 보면

침묵 밖 서성이는 낯익은 숨결은

어둠의 정수리에 머물고

흔들리는 가슴속 낯익은 인기척에도

발걸음이 얼어 붙는다

 

  

 

 

폐렴에 걸린 1965년

 

 

 

안개 너머 푸른 신호등이 켜지고

불안을 실어 나르는 앰블런스가

인파 사이로 신작로를 열었으나

마른 낙엽 같은 기침에

검은 새들은 꾹꾹 울음을 삼켰다

 

들숨과 날숨의 상태는 위태로웠다

바튼 기침은 비눗방울처럼 부풀어 올랐고

교회종소리는 서쪽 하늘로 날아갔다

 

종이꽃 만발한 오후

거미줄에 걸린 햇살에 내려앉은 졸음은

말초신경 끝에서 싹을 올렸으나

허공의 정수리까지 폭설 같은 울음이 쏟아졌다

 

상처 입은 새울음을 따라

풍선처럼 유체이탈을 한 나는

기침의 중심부에서 메아리 없는 현기증을 만들었다

 

깊고 아득한 엄마의 한숨에

한 뼘 남은 목요일이 노랗게 물들어

시간의 경계에서 흔들렸다

무채색으로 반사되는 텅 빈 시선이

차마 가지 끝에 매달린 채 떨고 있었다

 

그렁거리는 숨결은 스팸메일처럼 담장을 타던

메마른 잎새처럼 가늘게 바스락거렸고

교회첨탑 위로 떠오른 별 하나가

등대처럼 깜빡거렸다

 

 

2013 시에티카 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