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전생에 상제궁의 선관이었어 어느 봄날이었을 게야 춘흥을 못 이겨 선녀들 사는 후궁 넘본 죄로 인간 세상에 떨어진 거라 그래도 제 버릇 못 버리고 예쁜 꽃 보면 아직도 못 꺾어 안달하는 거라 돈 많으면 또 방탕해져 술 여자 밝힐 게 뻔해 살림살이 곤곤하게 주신 거라 그래도 품안에 자식이었던지 가끔은 하늘에 상제궁 쳐다보라고 갈까마귀처럼 외로운 사주 점지하신 거라 그래서 가끔 접동새 우는 봄밤 혼자 몽정하다 잠 못 이룬다는 거라 그 통에 매화꽃은 비처럼 내리고 밤꽃향기에 화개골 여자들만 얼굴 붉히는 거라 꽃 한번 잘못 꺾은 죄로 하얗게 핀 찔레 넝쿨에 갇혀 마흔 해 지내고 있는 거라
전건호 시집 <변압기 - 북인刊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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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무량공감
글쓴이 : 꽃별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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