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아름다운 세상' 『詩하늘』詩편지
거라
전건호
원반 같은 운동장 이 악 물고 뱅뱅 돌다가 숨 가빠 멈추려는데 두 다리가 제멋대로 뱅글거리는 거라 힘들어 죽겠는데 멈춰지지 않는 거라 내가 달리는 거라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운동장이 멋대로 나를 굴리는 거라 공깃돌처럼 톡톡 튕기는 거라 하도 기막히고 어이없어 가쁜 숨 할딱이며 생각해보니 여기까지 온 게 내 의지인 줄 알았는데 꼭 그런 것만도 아닌 거라 바람이 이리저리 나를 이끌었고 길들이 나를 둘둘 말아 꾸역꾸역 소화시켰던 거라 알지 못하는 힘이 나를 원반 속에 밀어 넣은 거라 누군가 공깃돌처럼 나를 굴리며 즐기고 있는 거라 평생 쳇바퀴 돌고 돌면서도 꿈에도 눈치 채지 못한 거라 이제야 그걸 깨닫고 트랙을 뱅뱅거리면서 담장 밖 흘겨보며 씩씩거리는데도 쳇바퀴 속 다람쥐처럼 멈출 수가 없는 거라
-시집『변압기』(북인, 2011) -사진 : 다음 이미지 ---------------------------------------------
뛰어 봤자 부처님 손바닥이고 지구별 안이다
삶의 노력은 자신이 하는 거지만 자신을 있게 하는 무엇인가가 이끌어준다는데 생각이 이르면 생각은 달라지는 거다
생명의 근원이 그렇고 구심력과 원심력을 생각해 보면 답은 자명하다
나를 굴리며 가시는 임과 긴 호흡을 맞추며 신나게 사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일 테지
詩하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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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시하늘
글쓴이 : 가우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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