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식탁
전 건호
미네랄이 풍부한 바람을 요리중인 데요
꽃의 속내를 드나들던 칼바람 마파람 하늬바람
이젠 걱정 내려놓으셔도 좋아요
불균형한 당신의 식단
곰삭은 바람의 면발을 젓가락질하면
온 몸에서 달려온 혈관들이
위벽에 붙은 풍문을 잘게 소화시켜 말초신경까지 나르죠
주름투성이 얼굴이 팽팽해져요
식탁위의 옹이가 풀어내는 어스름
텃밭의 바람 한 두름을 거둔 당신의
주방에선 바람의 지느러미를 칼질하겠죠
달팽이관을 흔드는 신바람
팝콘 같은 헛바람은 날개쭉지가 별미죠
바람의 결을 저미다보면 알아요
팽팽한 신경선이 꼬이고 뭉치면
차돌박이가 되고 오부리살이 된다는 거
물론 바람의 등뼈에 붙은 갈매기살은 별식이 되겠죠
원산지가 다른 바람은 골고루 섭취해야 해요
편식은 노화의 지름길이거든요
지천으로 넘쳐나는 바람은 미래의 식량
최상의 별미는 종잡을 수 없는 바람지느러미
겨드랑이에 날개를 다시 돋게 해
넘어서는 안될 선을 가뿐하게 넘게 해주는 최고의 보양식이랍니다
바람으로 허기를 채우는 당신
의 식탁에는 언제쯤
순애보 같은 봄바람이 불어 올까요
스팸문자 2
당신의 불청객인 나는
향기로운 꽃이라도 되는 냥
선정적인 눈길 한 번으로
간절하게 매달린다
나른하게 취한 눈시울에
얼굴 파리하도록 떨어질 줄 모르는
꽃잎처럼 하롱거린다
어긋난 사랑의 경로들이
수은등 아래 젖은 눈 깜빡이는 밤
천대받는 문장으로
누군가의 전부가 되었던 적 있다
나에겐 운명이었으나
너에겐 한낱 스치는 바람
눈 흘기는 네 앞에 달라붙는 나도
누군가에게 잊힐 수 없는 사람이었다
네게는 아니더라도
누군가엔 전부였던 적 있다
생리혈 보다 붉게 핀 복사꽃
그 화무십일홍에 벌처럼 생을 건다
포엠포엠 2012 여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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