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선의 오후
전 건호
당신의 입술을 주세요
뜨거운 입김 내 몸 가득 차오를 때
터져버릴 듯 나는 둥둥 떠오를 거예요
뜨거운 입술의 추억 후
나는 바닥을 구르는 마른 꽃잎
바람 숭숭 새는 몸은
담장도 못 넘고 이내 주저앉아요
입술만 스쳐도 부풀대로 부푸는
내 입술 바싹 말라만 가요
문지방 넘나들다 보면
허파에 든 바람은 금세 바닥을 드러내요
죽음도 헐거워지는 저녁
성층권에서 터져버리는 한이 있더라도
당신의 별까지 날아오를 거예요
부풀대로 부풀어 허공을 떠다니는 나를
경이롭게 올려보는 지상에 손 흔들고 싶어요
구멍 점점 깊어져 바람 새는 몸은
당신의 입술에 목이 말라요
2012 시와표현 여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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