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릎과 무릎 사이
전 건호
발걸음의 폭에 따라 가야할 길이 바뀔 수 있어요
발자국을 옮기는 순간
아우성치는 공기의 비명이 천간지지를 조종하고
발끝에 채이는 풍향과 온도가
자갈길을 만들기도 하고 탄탄대로를 펼치기도 해요
구름의 눈물이 들판을 적실 때
샐쭉 피어나는 꽃들의 표정에 감정선 요동쳐요
눈 동그랗게 뜨고 내려 보는 별과
달의 표정에 대운이 뒤바뀔 수도 있거든요
새들이 허공을 쪼아 뚫어놓은 동굴
흘러넘치는 별빛이 애정선에 흘러들면
출렁거리는 기류에 직항로가 휘어져요
어지럽게 찍어놓은 발자국은
의지마저 속수무책으로 만들죠
무심히 던진 패가 불러들인 회오리
휩쓸리면 끝이 난답니다
볼우물 넘치는 한 조각 웃음이
지옥을 천당으로 바꿀 수 있거든요
발걸음의 높이와 각도를 조금만 틀어보세요
바람의 틈새를 비집고 들어가
공기의 각을 두드려 좌표를 수정하다 보면
간절곶에서 희망봉까지 직항로가 열린답니다
무지개를 주세요
절벽을 타고 오른 칡넝쿨이 넘어서는 안될 선을 넘본다
아스팔트에 새순을 내민다
포기할 수 없는 집착은 어디에서 시작되는가
들숨과 날숨의 간극
흥건하게 넘치는 어둠의 입자 속으로
발자국 하나를 옮기기 위해
풀어야할 매듭이 하루치라면
길 가운데로 촉수를 뻗어야하는 칡넝쿨의 숙명은
어느 별에서 시작된 걸까
허기를 채우던 붕어빵이 혈관을 헤엄치는 동안
지평선 너머 몸을 던지는 별들
누구의 화원에서 꽃으로 피어날까
오래된 미래를 달려온 차가
어린 목을 꺾는다면
둘 사이 얽힌 함수는 어느 별에서 풀릴까
사랑을 위해 꺾은 꽃만큼
건너야할 강 늘어만 간다
2011 웹진 젊은시인들 사화집 - 하늘자전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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