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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건호시

검침원

대문 좀 열어주세요

당신을 검침하러왔거든요

얼마나 피 뜨거운지

에돌아 온 길의 경사 어떠한지

엉성한 거푸집에서 삼킨 음식과 한숨도 점검합니다

환희 가득한 시절 은밀한 속삭임

천당과 지옥 넘나들던 순간

계량기엔 다 기록되어 있어요

생의 고비마다 쿵쿵 뛰던 심장박동

무모하게 역주행한 흔적도 점검합니다

과부하 걸린 생 까치발 뛰던 순간

다 검침해 청구할 겁니다

당신 생 저울질한다는 거

물론 완강히 거부하실 거예요

인정할 수 없다고

쓴 게 없다고 도리질 하겠죠

하지만 소용없어요

블랙박스 속 당신 지나온 길

선명하게 기록된 걸

난들 어쩌겠어요

       

회상, 박은옥

 

 

 

 

 

2008 다층 가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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