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한 게 하나 없어요
금간 것 투성이네요
땅도 금이 가고
벽도 금이 가고
당신에게 향하는 마음도 자꾸만 금이 가요
온통 금 간 건물 틈
두부처럼 쪼개진 하늘
금줄에 갇힌 길들이
금을 벗어나지 못해
사방에서 엉켜 요동을 쳐요
아슬아슬 기둥이 엇갈려
세모 네모 예각을 이룬
기우뚱한 빌딩 사이 잘게 쪼개진 길들은
쩍쩍 균열이 생기고
수직의 각을 이룬 돌층계 빗물이 스며들어
가파른 간극 점 점 벌어져
언제 나를 삼킬지 몰라요
갈라진 틈새 얼부풀어
캄캄한 절벽 깊어만 가고
예리하게 지상을 유린하는 칼바람
길들은 천 갈래 만 갈래 제멋대로 달려
어디로 발걸음 내디뎌야할지 몰라요
당신과의 간격 좁힐 수 없어요
2008 다시올 가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