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반 같은 운동장
이 악물고 뱅뱅 돌다가
숨 가빠 그만 멈추려는데
두 다리 제멋대로 뱅글거리는 거라
힘들어 죽겠는데
멈춰지지 않는 거라
내가 달리는 거라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운동장이 멋대로 나를 굴리는 거라
공깃돌처럼 톡톡 튕기는 거라
하도 기막히고 어이없어
가쁜 숨 할딱이며 생각하니
여기까지 온 게 내 맘인 줄 알았는데
꼭 그런 것만도 아니라는 거라
바람이 이리 저리 나를 밀었고
길들이 나를 둘둘 말아
꾸역꾸역 소화시켰던 거라
먼 유목의 땅과
이국의 강변 걷는 꿈 부풀었으나
알지 못하는 힘이
원반 속에 밀어 넣은 거라
누가 공깃돌처럼 나를 굴리며
즐기고 있다는 거라
평생 쳇바퀴 속 돌고 돌면서도
꿈에도 눈치 채지 못했다는 거라
이제야 그걸 어렴풋이 알고
트랙 뱅뱅거리면서
담장밖 흘겨보며 씩씩 거리는데도
쳇바퀴 속 다람쥐처럼
멈출 수 없다는 거라
2008 불교문예 여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