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탄 같은 어둠
어딜 괭이질해야 할까
빛 한줄기 없는
물컹한 어둠의 흙더미 벗어날 수 있을까
가물가물 뇌리 스치는
기차소리 그리 멀지않은 것 같다
어둠의 두께 얼마나 깊은 걸까
허우적 허우적 팔을 뻗는다
공기같이 가벼운 흙더미
더듬더듬 파들어 간다
아득히 파들어 갈수록
점점 깊어만 가는 어둠
지친 가슴에 머리를 묻고
동면에 드는 짐승처럼
어둠 한켠 쭈그려 앉는다
눈꺼풀 점점 내려앉는다
두껍게 쌓인 흙더미에 묻힌
꽃씨처럼 빈 틈 노린다
얼마나 묻혀 기다리면
씨방 부풀어 새순이 날까
싹이 자라 어둠 헤집고
아침의 창문 휘감아 오를 수 있을까
밤새 어둠을 타고 그 창에 기어올라
꽃피울 수 있을까
2008 불교문예 여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