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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건호시

순간

사과상자 같은 강의실

책상들 종횡으로 분열을 하고

사람들 황남빵 처럼 박혔어요

황남빵이 된 거 같아요

이건 원치않던 거예요

답답하고 목말라요

물 한 컵 앞에 두고 천정을 쳐다보는데

거미 하나 매달려 노려보네요

갈옷 입은 여자 등 뒤

책상에 얹어놓은 물 컵 위태로와요

불온한 생각 해일처럼

그녀 블라우스를 적셔요

속살 어른거리고

울긋불긋 블라우스 어룽진 장미꽃 비웃는 거 같아요

금강역사의 관능이

허벅지에 스물스물 불끈거리는데

그녀 미동도 않고 엎드려있어요

반가사유상 같아요

불온한 상상 파랑이 출렁거리는 데요

위태한 공기 파르르 떠는

순간, 그녀

힐끗 고개 돌려요

강의실 가득 불안한 공기

그녀 시선에 클릭되어 출렁거려요

침 꼴깍 넘기는데

심장 멎을 것 같아요

 

2008 시와 문화 여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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