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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건호시

황홀한 주름

물감빛 원피스

구겨진 주름을 따라간다

좁은 오솔길처럼

구비 구비 이어지다

도시의 뒤란을 지나

공원 벤취에서 겹쳐지고

낯모를 인정과

희미한 사랑의 그림자에 가슴 조였던 걸까

쉽게 펴지지 않을 구김

열기 머금은 다리미질에도 지워지지 않고

사방으로 엇갈린다

구불구불 이어지는 신작로

희미하게 사라지는 소실점

드문드문 방점을 찍는 징검다리

저 강을 건너면

은행잎 떨어지던 거리 다시 걸을 수 있을까

움푹 파인 아스팔트

먼지 나는 교차로에서

구김 켜켜이 늘어 가는데

시선 모으고 가만히 들여다보면

한 올 풀린 실밥

간당간당 붙잡고 따라가면

수미산 같이 아득한

당신 가슴 묻힐 수 있을까

 

2008 서시 여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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