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은 컴퓨터
아내는 연속극에 빠져
머물 곳 없는 유랑민처럼
방에서 거실로
거실에서 베란다로 쭈삣거리다
아무도 관심기울이지 않는 유랑을 접고
선인장 아래 쪼그려 앉아
가슴 저미는 시를 읽는다
티비에서 주인공
실연에 엎드려 울고
아들의 자판소리 탁탁 가슴을 친다
흙먼지 지분대는 거리
발바닥 부르트던 하루를 접고
홀로 책갈피 넘기다보니
형광등 파르르 글썽거린다
깜빡거리는 필라멘트
타클라마칸의 별 같다
훗날 고고학자에게
호기심의 유물관이 될 지모를 네모 공간
아내와 아들은 다른 세상과 교신 중
빛바랜 시집 속에서 지나온 별 회상한다
말붙일 사람 하나 없는 혹성
홀로 불시착해
시 한 소절에 잠 못이룬다
2008 시인시각 여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