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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건호시

질주

 

그녀에게 달려가던 속도가 이랬던가

엑셀레이터에 얹힌 발이

차창에 뻗은 손바닥에서 전달되는

물컹한 느낌 탓인지

좀체 브레이크를 밟을 수 없다

팔십의 속도에서

손바닥 둥글게 잡히는

보드란 물풍선 같은 느낌

그녀 젖무덤 냄새 코끝을 스친다

광고탑 여배우 실눈 뜨고

손 내밀고 달리는 질주를 바라본다

온통 그녀에게 오롯하게 빠져들던 순간처럼

속도를 줄일 수 없다

손바닥에 잡히는 팔십킬로의 바람

살짝 스치던 젖무덤 같이 뭉클하다니

이 느낌이 그 느낌이란 걸

확인한 순간

영원히 속도를 줄일 수 없을 것 같다

피곤에 지쳐 고개 묻던 가슴

포근하고 설레던 그 짜릿한 전율

놓칠 수 없다

속도 줄일 수 없다

 

2008 시인시각 여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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