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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건호시

누가 두드리고 있다

 

비바람 덜컹대던 날이었다 

빗속을 달리던 전철이 지하로 들어서자

창문이 다급하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어둠 저쪽에서 누군가 애타게 문을 두드리고 있었다 

흔들리는 문을 쳐다보았다 

열어달라 애원하듯 두드리는 소리

텅 빈 객실안에 요동치자

기차 멈추어서고 흔들림 이내 잠잠해졌다

안도의 한숨쉬 듯 문을 두어 번 여닫던 기차가

이내 다시 출발하기 시작하자

두드리는 소리 또 다시 다급해졌다

누가 창밖에 매달려 울부짖는 걸까

멈추어 설 땐 조용하다

기차 달리기 시작하면 애달프게

문 두드리며 어둠 저쪽에서 바라보는 얼굴

나를 지켜보다 내가 보이지 않아

불현듯 놀라 애원하는 것 같았다 

지난 어느 손길 하나

애타게 손 흔들며

문 열어 달라 손짓하는 것 같았다 

 

창작21 2007겨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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