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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건호시

희미한 발자국

 

신설동우체국 지나다보면

물컹한 기억

신발에 붙은 진흙처럼 끈끈하다

혜화 돈암 수유 창동까지

날마다 배달되던 발자국에

무수한 발자국 또 덮여도

지나온 흔적 마다

쇠비름 노란꽃 피어난다

그녀 내리던 창동역 1번 출구

등나무 아래 서서

오가는 발자국 쳐다보면

하루살이 군무 같다

무수히 엉키면서도

먼 바다로 떠난 연어

수억의 고기떼 헤엄친 물속 거슬러

그리운 곳 강물로

명주실 가느다란 기억 더듬어 찾아가는 것 같다

저 어지러운 발자국 헤집고

낯익은 길 더듬으면

십구 년 된 낡은 집

빨간 우체통에 배달될 수 있을까

동그란 눈 반짝이던

철없는 소녀 아직도 잠들고 있을까

초승달 떠오르는 날

밤꽃냄새 창밖에 분분하듯

그녀 향기 코끝 물씬할까

 

2007 문학과의식 겨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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