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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건호시

눈동자

 

수족관을 어슬렁거리다

놈의 눈과 마주치는 순간

텅 빈 눈동자 속으로 발을 헛디뎠어

깊은 망막 속으로 빠져들며

가라앉았다 떠오르기를 반복하며

허우적대는 눈앞

멀리 횟집 수족관을 서성거리는 사내

어디서 보았더라

빙빙 소용돌이치는 머릿속

가파른 해협을 거슬러

해마를 타고 달려가던 물고기였던가

아틀란티스에서 내 뼈였을지도 모를

모래 무더기 쌓인 해변

횟집 수족관 물고기를 들여다보는

사내의 눈은 바다 건너

산호 숲 헤엄치던 물고기의 전생을

갸우뚱거리는 건지도 몰라

물고기는 낯선 별에 불시착해

쭈삣쭈삣 횟집앞 배회하는 사내

물끄러미 쳐다보고

사내는 끝도 없이 놈의 눈동자 속으로 빠져드는 거야 

바람 한 줄기 앙금 일으키며

잊혀진 전설 일깨우려 몸부림하는 거야

 

2007 애지 겨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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