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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건호시

경계에 서다

지하상가를 두리번대다

이만원 짜리 바지를 사입고

서울시민이 되었다

구두 삼 만원, 와이셔츠 이 만원

아내가 사준 속옷 가격은 모른다

십만원 안되는 돈으로

서울시민에 합류하니

서울도 별게 아닌 듯 우쭐하다

출출한 허기 채우려 

돈나물에 보리밥을 비벼먹고

도발적인 글을 쓰는 여자 만나러 스타벅스 가는

명동 길, 여자들은 배꼽으로 말하는지

번쩍이는 네온 아래

개미 같은 허리에서 반쯤 벌린 배꼽들이

피실 피실 웃고 있다

타히티의 여인처럼

관능 넘치는 그녀의 야성

날카로운 도발을 일으키는

예리한 금속성 장신구들이 노려 본다

그녀 앞에 앉아 나는

야시장 물간 동태가 초점 잃고 쳐다보던 눈초리를 추억한다

억새풀 같은 내 시어를 질겅질겅 씹어대는

원초적인 그녀의 야성에 기죽다가

그녀 귀에 매달려 으르렁대는 악어에 쫓겨 헤맨다

사륜구동 랩송이

유리창에 붙어 낄낄대던 오후였다

 

창작21 2007겨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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