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전건호시

모기

 

귓가 앵앵 거리는 모기를 잡다

발 아래 뒹구는 놈을 본다

저 가는 다리

습자지 보다 얇은 날개

겨자씨 보다 못한 몸으로

산 같은 나를 물어 허기 때우려 한 걸까

하수구에서 몇 생을 구르다

겨우 날개를 달고

하필 이 산허리까지 올라와 나를 무는 게

한 끼 허기 때우려함 일까

은하 저편 가뭇한 별 나라

사금파리 같던 내 매정함에 서릿발 맺혀

무서리처럼 쏟아지는 별똥별 피해

천신만고 끝에 날아온 게 저 모습일까

절벽보다 가파른 한(恨)에

아수라 숲 속 모기로 날아와

고작 내게 할 수 있는 게

온 몸으로 잉잉 울며 달려들다

아둔한 옛사랑에 맞아죽어 버린 걸까

툭툭 불어난 상처

아리고 쓰려 신열을 앓으며

잠 못 이룬다


2007 시에 여름시인학교

'전건호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눈동자  (0) 2007.11.16
네모 난 세상  (0) 2007.11.16
아아아악  (0) 2007.09.17
새벽 귀가  (0) 2007.09.05
네모나라/전 건호  (0) 2007.09.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