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인데 칡넝쿨 같은 마음
어디로 뻗어나가
어디를 휘감아야할지 모르겠어요
수세미 담장을 타고 창문 기어오르고
얼음에 갇혔던 돌의 눈물
낮은 곳 찾아 꼬불꼬불 흘러내리는데
어디로 발걸음 디뎌야
감아올릴 우듬지 찾아낼 수 있나요
바람은 아지랑이처럼 충만한데
왜 이렇게 주변은 팍팍하기만 하여
감기약처럼 어지럽고 헛구역질 나는지
이런 땐 지상의 모든 구멍에서
한꺼번에 진흙피리 부는 바람이라도 불었으면 좋겠어요
오라는 곳은 없어도
갈 곳은 왜 그리 많기만 한지
어디로 발걸음 옮겨야
꿈속에서 얼핏 바라본
먼지 나는 골목 그 창에 이를 수 있을지
어디로 튀어야할지 모르는 아침입니다
비라도 한 줄기 뿌려 줄 것 같은 하늘
몸 뒤틀며 동서남북 분간도 못하고 몸서리 치다가
담장 밑 먼지 뒤집어쓴 채
죽지 못하고 살아남아
간신히 꽃피운 맨드라미
닭벼슬 세운 따귀라도
벌게지도록 후려치고 싶어요
2007 전국계간문예축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