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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건호시

물고기 나라

 

낮게 가라앉는 먹구름

칠월 장맛비 내린다

쑥절편 마냥 물렁해진 아스팔트

훈김 모락모락

쓰름매미 울다 목이 쉰다

빨랫줄에 펄렁거리는 무명천

후줄근하게 젖어가고

풀썩풀썩 먼지 날리는 길

아이들 새우떼처럼 왁자하게 엉켜 질퍽거린다

핏발선 눈 깜빡거리며 뒤엉킨 차들

측은하게 내려보다 광고탑의 여배우 마침내 눈물 흘린다

눈물은 골목 마다 넘쳐흐르고

휙휙 물살 가르는 자동차 피해

심해어 마냥 핏발선 눈으로

해마처럼 구부정하게 빗속

낙시슈퍼 처마밑으로 뛰어든다

갑오징어떼 같은 차들

토해내는 물보라

갈길 잃은 해마에게는 넘지 못할 파랑 같다

한 발자국도 나갈 수 없다

얼마나 더 헤엄쳐야

저 바다를 건널 수 있나 

 

2007 시와사상 가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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