왁자하던 회식이 끝나고
인적 드문 골목에 나서면
그 많던 사람들 다 어디로 갔나
상처 난 은행나무 옆엔
부패해가는 쓰레기봉투
가시돋힌 슬픔만 거리에 널려있네
어디를 밟아야 저 슬픔의 압정들을 피할 수 있나
안주가 되던 술자리
슬픔이 가을대추처럼 다닥다닥 걸려있던 방안
벽지 속 시들어가는 꽃들
바스락 바스락 연민하던 벽에 걸린
달력 속 여자 내 술잔에 빠져
목젖 간질이며 천정에 거미줄 치던
유행가들 어디에 걸려있나
알맹이 빠진 비닐봉지 같은 텅 빈 밤거리
나를 겁탈하려 하네
반듯했던 거리 몸을 비비꼬며
막다른 골목으로 유인하는
모두 곤하게 잠든 새벽 두시
부글부글 곰삭은 대낮의 사랑들
쓰레기봉투에 담기어 떠나가고
순정어린 드라마 한편 써보지 못하고
난파당한 배(船)처럼
담벼락에 정박해 비틀거리네
2007 시와시학 가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