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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건호시

때늦은 후회

 

때늦은 후회




지금도 가슴 시린 것은

내일이면 또 만날 것으로 알고

손 한번 못 흔들고 헤어진 사람

다시 찾을 줄 알고

낙서 한 줄 못남기고 떠나온 담벼락이다

붉어진 얼굴로 나마

고백이라도 해보았으면

붙잡을 수 있었을지 모를 사람

세월 지나 낯선 거리

사내 아이 손잡고 지나치는

뒷모습도 황망하지만

지나온 길모퉁이마다

망설이고 또 망설이며 고백하지 못한

까맣게 많은 말들 무서리에 덮이고

눈 내리는 어느 겨울날

처마밑 제비 되어 찾아와

여름내 흙집 짓고 울다 떠난 인연

화들짝 깨닫고 바라보는 빈 제비집

삭풍에 기타줄처럼 떠는 거미줄

어수선한 시린 공명이

가슴후리는 것이다


2007 시와 사상 가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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