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뿌린 꽃씨들
메마른 화원 한꺼번에 꽃 피운다면
서해 바다 만선의 배
꽃 가득싣고 그믐밤 떠오를 것입니다
나팔꽃 줄기 나를 휘감고
닭벼슬 세운 맨드라미 아리게
쪼아대던 밤
바람불 때 마다 흩어지는 매화꽃 아래
마흔다섯 마리 화사 눈 쾡하게 뜨고
천천히 휘몰이로 연민하고
나는 진흙피리 불며
뼈 마디마디 시린 음계를 쏟아낼 일입니다
애증은 부식토에 스며들고
개망초 달빛에 하얀데
이웃집 아이 부는 리코더
안단테 안단테
칸타빌레 칸타빌레
흙먼지에 가린 그믐창가
책상에 엎드려 조는 사이
등에 켜켜히 쌓이는 먼지만 풀썩거리고
어둠속 뿌려놓은 씨앗들
어디로 이사갔는지 화원 이리 황량합니다
서쪽 하늘 무성한 별무리
마흔 다섯해 동안 뿌려둔 씨앗들
혹여 개화한거 아닌가 합니다
2006 열린시학 겨울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