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전건호시

(109)
살금 살금 / 전건호 살금살금 / 전건호 아내의 히스테리 피해 살그머니 문을 빠져나와 막내와 어둠 저편 낯익은 108호를 관찰한다 정육점 같은 불빛 속에서 내가 요리되었구나 파처럼 잘리고 마늘처럼 쪼개지고 양파처럼 벗겨지다가 후추 한 스푼 뿌려진 채 양념되었구나 아내를 열 받게 하던 후덥지근한 저녁, 드디어 비 내린다 움푹 파인 웅덩이마다 빗물 고여 미사리 밤풍경 같다 비가 오면 마음도 눅눅해지는지 아내는 창틀에 턱을 괴고있다 잠시 전 스트레스 까맣게 잊고 모차르트를 걸어놓고 밖을 본다 어둠속 우리 보일 리 없지만 쉿 엄마에게 걸리면 우린 죽음이예요 막내가 입술에 손을 댄다 방충망 음표처럼 맺힌 빗방울 속으로 그녀, 금붕어처럼 헤엄쳐 들어간다 이제 자유로울 수 있겠구나 네 엄마는 물고기자리로 옮겨갔어 우린 저 물방울 중 하나..
사바나의 건기 / 전건호 사바나의 건기乾期 / 전건호   중완혈에 피뢰침을 꽂고 손과 발에 침을 꽂으니 거울 속으로 유성우가 쏟아져요 빙빙 도는 지구의 자전이 느껴져요뱃속에서 마른벼락이 칠 때마다빙빙 도는 침끝 달빛이 파르르 떨어요 바람의 각도가 기울어지면서개기월식이 시작되었고 눈물샘 말라버린 지 오래예요 당신이 대못을 박고 떠난 후나는 서서히 박제되었으므로 정수리에 침을 꽂고 설사를 했지요어깨에 침을 꽂고 하혈을 했고요눈꼬리 빠지도록 아파 장다리꽃밭을 뒹굴며 트림을 했어요 당신이 눈빛을 거둔 후 12개의 강물이 마르고365개의 연못이 타들어가요  어느 혈을 찔러도 피 한 방울 나지 않아요 백일 동안 소나기를 내려주세요
하얀 애인에게 / 전건호 하얀 애인에게 / 전건호 목멱산에서그대를보내고돌아서던 내발자국은자음과모음이되었다 기다린다는것과 보고싶다는것은일란성쌍둥이 그대를찾아나서던길이육필시였다면 얼마나쓸쓸한연가라하겠는가 그대와속삭였던푸르던접속사들은. 이미다른.문장이되었다 나는그대의아득한심장깊은곳. 소실점을향해걸어갔으나 우리의.거리는좁혀지지않았다 낯모를사랑의씨앗이되어버린 내게버림받았던접속사들이 함박눈으로내리는오늘 지평선까지 걷고 또 걷다 많이아팠다 오백년동안하얀잠에함몰되다 먼훗날깨어나면.빛바랜수묵화속 육백년전그대에게연결될 하얀길 멀다
하얀 애인에게 / 전건호시인 하얀. 애인에게 전건호 목멱산에서 그대를 보내고 돌아서던 내 발자국은 자음과 모음이 되었다 기다린다는 것과 보고싶다는 것은 일란성 쌍둥이 그대를 찾아나서던 길이 육필시였다면 얼마나 쓸쓸한 연가라 하겠는가 그대와 속삭였던 푸르던 접속사들은. 이미 다른. 문장이 되었다 나는 그대의 아득한 심장 깊은 곳. 소실점을 향해 걸어갔으나 우리의. 거리는 좁혀지지 않았다 낯모를 사랑의 씨앗이 되어버린 내게 버림받았던 접속사들이 함박눈으로 내리는 오늘 지평선까지 걷고 또 걷다 많이 아팠다 오백년 동안 하얀 잠에 함몰되다 먼 훗날 깨어나면. 빛바랜 수묵화속 육백년전 그대에게 연결될 하얀 길 멀다
[스크랩] [전건호] 비주류 비주류 전건호 지난 일을 곱씹기 좋아하는 내 신발은 언제나 뒷굽 바깥부터 닳았다 등잔 밑을 보지 못하고 먼 산 바라보다 실족해 넘어지기 일쑤 가까운 곳에서 늘 뒤통수를 맞곤 했다 손 내밀어 주는 이도 못 알아본 채 추억의 뒤란을 헤매는 나를 지켜보던 가로수들은 수시로 표정을 바..
[스크랩] 64호 오늘의 시인 - 전건호 시인 출처 : 계간 열린시학글쓴이 : 열린시학 원글보기메모 :
[스크랩] [전건호] 키싱구라미 외 4편 (시와소금 2013년 여름호) ◈ 신작 소시집 / 전건호 키싱구라미 외 4편 전건호 입술이 닳아 없어질 때까지 입술을 마주대고 사는 물고기의 시간을 일 겁이라 한다면 그 일 겁 동안 길상사 풍경 끝에 매달린 쇠물고기는 윤회의 바다를 몇 번이나 건넜을까 암수가 입맞출 때는 파라다이스였던 산호초가 입술 떼는 순..
비등점위의 사랑 외 2 / 전건호 비등점위의 사랑 전건호 휘발성 안개 자욱한 밤 불티처럼 어둠의 한복판을 질주하던 나는 이 별의 시한폭탄 담벼락에 그려진 낙서들이 수동형에서 능동형이 되도록 나를 버린 접속사들을 달래며 집착했다 나는 무중력의 궤도를 떠도는 떠돌이별 글자들이 지시하는 대로 행진을 하고 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