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랗게 언 몸 찜질방에 눕히자
동태처럼 땀이 난다
축 늘어진 팔 가슴에 올리자
팔딱팔딱 심장이 뛰고 몸이 풀린다
너울너울 밀려오는 졸음을 따라
몸은 아득한 구석기까지 가라 앉는다
자욱한 수증기 너머
동굴 속 울리는 웃음소리
부활한 크로마뇽인처럼 천천히 기지개 켜자
얼음에서 풀려난 기억
황량한 툰트라벌판을 달린다
불나방처럼 날아드는 폭설에 파묻히던 순간처럼
흐릿하게 피어오르는 수증기 속
어슴푸레한 실루엣
두 손에 땀 흥건하게 고인다
빙하기 몇 번 지나도록 엇갈리기만 하다
백악기 만나 살 부비던 사람
폭설에 파묻혔다가
얼음 녹아 흐르는 계절
천정에서 뚝뚝 떨어지는 돌의 눈물에
꿈틀꿈틀 신기루처럼 살아나 슬로모션으로 다가온다
흐릿한 시야 속 막 해빙되는 저 사람
내가 얼음 속 묻혔다 풀려나는 이 순간까지
떠나지 못하고 서성거린 걸까
어렴풋 낯익은 얼굴 다가오는 순간
심장 뜀박질 한다
세포 하나하나 살아 숨쉰다
그 사람이다
2009 문예연구 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