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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건호시

낮달/전건호

이른 아침

명동역 출구를 막 나서자

빼곡한 건물 틈

프린스호텔 창문 기웃거리던 하현달

흠칫 놀라 피한다

덕고개 밭두렁 타고 넘던 반달

어느 틈 서울에 올라와

날 새는 줄도 모르고

호텔 창틈 엿보다 꼬리를 밟혔다

못본 채 돌아서다 힐끗 돌아보니 뒷모습 핼쑥하다

찬 바람 부는 겨울 밤

도시의 허공 떠돌면서

따뜻한 온기 그리웠던 걸까

눈사람 봄볕에 녹아가듯

아침햇살 제 몸 녹이는 것도 모르고

창틈 기웃거리다 덜미 잡힌 건데

스모그 자욱한 하늘에서

지상의 창틈으로 새어나오는 온기에

몸 녹이려 서성이다 돌아갈 시간 잊었으리라

홀로 여관방 뒤척이며

옆방 가느다란 숨소리 오감 세우다

부시시 나서던 나처럼

돌아갈 시간 놓치고

딱 걸려버린 새벽달

저 계면쩍음이라니


2009 문예연구 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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