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성길 파김치 되어
대문을 밀치는 순간 얼굴 후끈하다
근무복이 바뀌면서 남은 견본 몇 벌
견본품이란 빨간 글씨 거슬렸지만
들일 할 때 입으면 좋을 듯 해 몇 벌 보내드렸다
까맣게 잊고 살다 추석에 내려오니
빨간 인쇄 선명한 옷 입은 아버지 반색하신다
철없이 타관 유랑하다 귀향하는 훗날의 내가 저럴까
앞만 보고 달리다
우연히 만날 것 같은 내 자화상 같았다
뼈골 빠지게 가르쳐 놓았더니
저 먹고 살기도 바빠 까치발 띠고 헤매다
명절에야 삐쭉 고개 들이미는 염치없는 자식
삽살개가 나무라듯 컹컹 날뛴다
아버지 그 옷 벗어 버리세요
왜 이 옷이 어때 그러냐, 나 편하면 그만이지
껄껄 웃는 아버지 보며 어머니 혀 차신다
저 옷만 걸치고 나서면
야, 이놈아 옷이 견본이냐 네가 견본이냐
동네 영감탱이들 씨부렁대도
들은 채 만 채 저 옷만 끼고 다니신다
당신 견본품 되고 처자식 우세하는 줄 모르신다
용돈 한번 못 보내드리고
견본 몇 벌 보내드렸더니
아들 회사 자랑할 요량인가
잘난 자식 둔 덕에 견본품 된 아버지
훗날 탈색되어 빛바랜 채 나타날
내 견본품이 저럴까
2008 리토피아 가을호
Dolly Part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