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전건호시

이뭐꼬

 

지하철 계단

 

주근깨 같은 무늬를 밟으며

 

이게 뭘까 이게 뭘까

 

검은 피 어룽진 걸까

 

이른 새벽 붉은 전조등 켠 트럭

 

검게 내뿜는 연기

 

누구의 혈관 한때 뜨겁게 흐르던 피

 

지하에서 십 억년 잠들다

 

쓸쓸히 공회전하는 연기로 사라지는 걸까

 

길가 느티나무 언제부터 서 있었는지

 

그저 지나친지 십년 째

 

지날 때 마다 옹이진 우듬지 가슴 후벼요

 

돌에 맞은 건지

 

무슨 말 할 듯 말 듯

 

벌어진 상처에서 바람만 나와요

 

무표정하게 길거리 쳐다보던 쇼윈도 마네킹

 

더러는 팔이 꺾이고

 

허리 꺾인 채 유리창 기대어 울다 떠나고

 

또 새로 진열되고

 

버려진 신문지 날리는 바람

 

축축한 손길로 유리창에 매달려 들여보내 달라 안간힘해요

 

바람은 고비에서 남태평양에서

 

끊임없이 달려와 거리를 훑으며

 

나뭇가지 비를 뿌리고 눈을 내려도

 

나는 이 거리 여태 떠나지 못하고

 

아직까지 걷는 중이예요

 

아니, 걸어야 해요

 

이렇게 사는 게 뭘까

 

궁금하지도 않아요

 

이젠 

 

 

 

 

 

2008 전국계간문예축전 출품작

'전건호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수선공  (0) 2008.08.26
견본품  (0) 2008.08.26
거미의 노래  (0) 2008.08.26
고인돌에 눕다  (0) 2008.08.26
[스크랩] Re:때 늦은 후회  (0) 2008.08.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