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계단
주근깨 같은 무늬를 밟으며
이게 뭘까 이게 뭘까
검은 피 어룽진 걸까
이른 새벽 붉은 전조등 켠 트럭
검게 내뿜는 연기
누구의 혈관 한때 뜨겁게 흐르던 피
지하에서 십 억년 잠들다
쓸쓸히 공회전하는 연기로 사라지는 걸까
길가 느티나무 언제부터 서 있었는지
그저 지나친지 십년 째
지날 때 마다 옹이진 우듬지 가슴 후벼요
돌에 맞은 건지
무슨 말 할 듯 말 듯
벌어진 상처에서 바람만 나와요
무표정하게 길거리 쳐다보던 쇼윈도 마네킹
더러는 팔이 꺾이고
허리 꺾인 채 유리창 기대어 울다 떠나고
또 새로 진열되고
버려진 신문지 날리는 바람
축축한 손길로 유리창에 매달려 들여보내 달라 안간힘해요
바람은 고비에서 남태평양에서
끊임없이 달려와 거리를 훑으며
나뭇가지 비를 뿌리고 눈을 내려도
나는 이 거리 여태 떠나지 못하고
아직까지 걷는 중이예요
아니, 걸어야 해요
이렇게 사는 게 뭘까
궁금하지도 않아요
이젠
2008 전국계간문예축전 출품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