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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건호시

고인돌에 눕다

소수박물관

고인돌 보는 순간

넓적한 덮게돌에 눕고 싶어졌다

검은 돌에 누워 눈사람처럼 녹아들면

청동기 살비비던 사람에게 흘러갈 거 같다

굽이치는 강물 에돌아

강 하구 모래톱에 뭉쳐

터를 잡아 집 짓고 밭 일구어

곳간 윤택해진 어느 날

나 꼭 빼닮은 사내 하나

버들치처럼 거슬러 문득 올라오면

석기시대 죽어도 못 잊던 여자 깨어나

흠칫 놀라 멈출 거 같다

그 녀와 돌창 들고

이 산 저 산 휙휙 넘나들면

비늘 같이 뿌려놓은 자식들

송사리 떼처럼 흘러와

우르르 에워쌀 거 같은데

검버섯 가득한 얼굴로

아득한 들판 헤매다 깜빡 삼천년 지난 걸까

얼룩덜룩 어룽진 덮개돌

어른대는 희미한 실루엣

손 놓치고 자꾸 어긋나기만 하던 사람

얼비치는 거 같아

그냥 한 소금 누워 잠들고 싶다

 

 

 

2008 문학시대 여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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