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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건호시

떠돌이 별 / 전건호

 

떠돌이 별 / 전건호

 

 

유성에 흘러들어

금성장 화성장 수성장

인공위성이 되어 착륙지점을 찾는다

어지러운 공전궤도를 떠돌다

십이지장 같은 골목 끝에서

하루의 마침표를 찍고

혜성장에 등을 붙인다

숨 넘어 가는 별들의 교성

달력 속 여자가 몸을 비튼다

그녀 품에 안겨 꿈속을 헤매다

벽지에 만발한 도화 속으로 흘러간다

질펀한 춘화 속으로

뭇 발자국들 비틀비틀 걸어 들어와 코를 곤다

거친 숨소리에 몸 뒤척이다 보면

실눈 뜬 여인 손을 내밀고

길 잃은 꽃잎에 파묻혀 몽정을 한다

빛바랜 벽지에 잠들었던 낙서들

다족류의 지네가 되어

스멀스멀 허벅지에 기어 오르는데 놀라

화들짝 눈을 뜬다

흐릿한 창문엔

미풍을 타고 수시로 흩어졌다 모이는 꽃별들

처녀좌의 치마를 들추다

화르르 낙화하는 유성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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