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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건호시

[스크랩] [전건호] 비주류

비주류

 

전건호

 

 

지난 일을 곱씹기 좋아하는

내 신발은 언제나 뒷굽 바깥부터 닳았다

 

등잔 밑을 보지 못하고 먼 산 바라보다 실족해 넘어지기 일쑤

가까운 곳에서 늘 뒤통수를 맞곤 했다

손 내밀어 주는 이도 못 알아본 채

추억의 뒤란을 헤매는 나를 지켜보던 가로수들은

수시로 표정을 바꿨고

꼬리 잘린 길을 쫓는 시선은 지독한 근시였다

 

어쩌다 뒷걸음질 치다 보면

나를 따라오던 발자국에게 덜미를 밟혔다

 

오래된 구두처럼 닳아버린 꿈마다

가위눌린 내가 진땀을 흘렸다

부풀어 오르는 풍문에 쏠린 저녁은

불구의 몸을 절름거리며 찾아왔다

 

급소를 치는 인파이터가 아닌

언저리만 빙빙 돌던 아웃파이터가 되어

기습 카운터펀치 한방에 나가떨어지곤 했다

뒷굽의 경사에 비례하여

무게중심에서 점점 멀어져간다

 

 

 

ㅡ출처 : 『내가 뽑은 나의 시』(책만드는집, 2013)

출처 : 시하늘
글쓴이 : 가우/박창기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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